2004. 5. 3. 01:20

초등학교 3학년때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던날은 아직도 기억에 선합니다. 5학년때 부산으로 전학가기 전까지 전 두메산골에 살았습니다. 지금도 버스가 다니는 길까지는 20분정도를 걸어야 합니다.

아직 겨울이 다 가시지 않은 봄날, 친구들과 지름길로 학교에 가고 있었습니다.저흰 걸어서 한시간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 다녔습니다. 가끔은 오며 가며 무우도 하나식 뽑아먹고, 고구마도 뽑아먹던 그런 동네였습니다. (그런걸 서리라고 부르진 않았습니다. 한두개니까...^^)

동네를 벗어나 버스가 다니는 길이 나올때쯤 마침 버스가 한대 지나가고, 할머니 한분이 내려시는걸 친구들이 봤습니다. 그 할머니는 우리마을 어귀쪽으로 걸어 가고 계셨습니다. 승희라는 친구가 말했습니다. "니네 할매 아이가?" 전 순간 큰소리로 "할매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순간, 할매를 부르는 순간 눈물이 쏟아질려고 했습니다. 반가움에서인가, .... 뭔가가 울컥하고 올라왔습니다.

전 소리쳤습니다. "할매오늘갈꺼가?, 가면안된다. 내 올때까지 있어라." 승희가 "근데, 니네 할매 왜 반대쪽에서 오는 버스를 타는대?" 그러고 보니, 외갓집쪽이 아닌, 반대방향에서 오는 버스를 타고 내리셨습니다. 그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할매가 온것만으로도 좋았으니까. 근데, 나중에 안사실이지만, 할매는 그전날 우리집에 올려고, 버스를 타시고는 무슨 정신에선지 저희집을 한참 지나쳐멀리 있는, 한시간쯤이나 가는 동네까지 가서 내리셨답니다. 버스가 끊어지고, 다행히, 아버지 친구분들이 사시는 동네라 그 친구분 집에서 주무시고, 다음날 아침 첫 버스로 저희 집에 오시던 길이었답니다.그때부터정신을 놓으셨는지, 내릴곳을 찾지 못하셨답니다. 아마, 마지막을 아셨는지, 무남독녀, 외동딸, 우리 엄마가 보고싶으셔서 오셨나 봅니다.

그런 사실도 모르고, 얼마나 반갑던지, 학교도 가기 싫었습니다. 할매는 얼릉갔다오라는 손짓을 했습니다. 그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전 집에 가자마자 할매를 찾았습니다. "할매, 할매" 할매한테 얼싸 안기고, 너무 좋았습니다. 그날은 아버지가 부산에 가셨다 돌아오시는 날이었습니다. 부산언니한테 소년동아를 꼭 사서 보내라고 했기에 아버지 오기만을 오빠와 나는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두워질려고 해도 아버지는 오실 생각을 안하시고, 할매는 쇠죽을 끓이기 위해 소죽솥에 불을 때고 계셨고, 엄마는 저녁을 짓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혹시 오늘 안오실까 엄마한테 묻고, 또 묻고, 할매 곁에 왔다 갔다하면서 밖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아버지가 오셨습니다. 오빠와 난 소년동아을 사오셨다는 말씀에 둘이 서로 먼저 볼려고, 때를 썼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들어오시자 마자, 할매는 배가 아프다며 작은방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아버지가 멀리가셨다 오셨으니, 신경쓰신다고, 아프단 소리는 말라고 하셨습니다. "할매 내가 배좀 문질러 주까?" 방에 들어가 할매 배를 만져주었습니다. 할매는 저보고 나가서 오빠랑 책보고 놀라고 했습니다. 아프지 마라고 하고는 전 좋다고 나와서 큰방에서 오빠랑 그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근데, 바깥이 소란스러워 지기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울면서 왔다 갔다 하시고, 아버지도 급히 작은방으로 들어가셨다 나오셨다 하셨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죽음에 대해선 알지를 못했습니다. 그냥 엄마가 울며뛰어다니시는 모습에 놀라서, 엄마우는 모습이 슬플 뿐이었습니다. 만화에 정신이 팔려서, 작은방에 왔다 갔다 분주하신 두분을 보며 왜그러지 하는 사이, 할매는 돌아가셨습니다. 엄마의 하염없이 우는 모습에 오열을 하는 모습에 오빠와 저도 울었습니다. 핢머니의 죽음이 뭔지는 제대로 모르지만, 엄마가 우니까 오빠와 저도 통곡을 했습니다. 엄마를 부르며 울고, 또 울었습니다. 동네사람들은 우리 엄마한테 무슨 일이 생긴줄 알았답니다. 오빠와 저때문에..엄마에게는 형제간이 없습니다. 엄마의 사촌동생, 외갓집에, 한동네에 사시는 그 외삼촌이 제일 가까운 친척분입니다. 차도 없던 시절, 그밤에 어떻게 연락을 했는지 외삼촌이 오셨습니다. 트럭을 한대 빌리셔서.....아버지가 외삼촌을 전화가 있는 집에 안내를 하라고 했습니다. 할매가 돌아가셨다는 소리에 무서워서 아무대도 가고 싶지가 않았지만, 외삼촌 손을 잡고, 전화가 있는 집에 모시고 갔습니다. 외갓댁에 준비를 하라고 전화를 하시는것 같았습니다.

동네 사람들도 다 오고, 우리집에는 다른 친척 아지매가 오셔서 우리곁에 있었습니다. 엄마가 울면서 우리에게 말하셨습니다. 외갓집에 엄마는 가니까, 아지매랑 있으라고,.. 그러면서 아지매한테 우리저녁 못먹었다고, 라면좀 끓여 주라고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는 엄마를 잃으셨는데도, 어린 남매를 두고 떠나는게 맘에 걸리셨나봅니다. 배를 만져줄때 마지막으로 보고 할매를, 할매얼굴을 다시 보지 못했습니다. 작은방 근처에는 못가게 헀습니다. 아무도..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건, 그 밤에, 트럭 뒤에 이불에 쌓여 누워계신 외할머니 옆에 울며 고개를 떨구고 계신 엄마 모습이었습니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 엄마는 그렇게 덮개도 없는 트럭뒤에 외할머니와 함께 그렇게 외갓집으로 가셨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지만, 엄마의 그 모습에 눈물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왜 아버진 엄마를 혼자 뒤에 앉히셨는지, 엄마 옆에 아무도 없는지, 화가 났습니다. 오빠와 전 할머니와 떠나는 엄마를 태운 트럭을 보며 한참을, 한참을 울었습니다. 엄마가 불쌍하다는 생각에. 오직 그생각에..

조금전까지만 해도 웃으며 나랑 놀아주시는 할매가 그 이불에 쌓여서 누워있다는 사실이 무서웠습니다. 왜 엄마가 추운데, 트럭뒤에 타냐고 물어도 아무도 대답을 안해주었습니다. 그밤에 꼭 그렇게 가야 했는지도 이해가 안갔고, 왜 우리집에서 장사를 안치르고,외갓집으로 갔는지도 이해가 안갔습니다.

돌아가시기 전날 외할머니는 꿈을 꾸셨답니다. 외할아버지가 우리집 동구밖에서 자꾸 할머니를 부르셨답니다. 할매가 불러도 마을 어귀로 들어오시지 않고, 자꾸만 나오라고 부르시더랍니다. 그래서일까요? 하나밖에 없는 딸, 얼굴이라도 보고 가시려고, 그렇게 서둘러 오셨던 것일까요?

얼마전에 외할머니 제사였습니다. 엄마는 농사철이라 바빠서 못가셨답니다. 마음이 너무 쓰립니다. 가시지 왜 안가셨나고 엄마한테 짜증을 냈습니다. 자기부모도 아닌데, 외삼촌네는 그렇게 저희 외할머니 제사를 지내주십니다. 고맙고, 미안하고.. 철없을때는 엄마가 제사 지내면 되지 왜 외삼촌 한테 맡기냐고, 따지기도 했습니다. 결혼한 여자는 왜 친정부모님 제사를 모시지 못할까요? 승용차로 가면 20분밖에 안되는 거리, 버스를 탄다고 해도 한시간이면 가는 거리를 엄마는 못가셨습니다. 그럴때는 전 아버지를 원망합니다. 아버지가 모시고 갈수도 있는데, 아버지는 단 한번도 그러신적이 없습니다.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버지지만, 그런 배려를 모르시는, 당연히 모르시는 아버지를 볼때마다 원망스럽습니다. 외삼촌 돌아가시면 그쪽 오빠가 제사 지내줄까하는 제 물음에 엄마는 지내주긴 뭘 지내. 안지내줘도 할수 없지. 그러십니다. 내가 지낼까?라는 말에 엄마는 쓸데없는 소리 한다고 하십니다.

엄마가 한달전부터 목이 좀 아프답니다. 큰병원을 아무리 가라고 해도 말을 안들으시더니, 결국, 내일 대구 영대병원으로 가신답니다. 혼자서... 아버지랑 같이 가라는 제 말에 엄마는 제일이나 신경쓰라고 하십니다. 가까이 있으면 모시고, 다녀오고 싶은데, 그러지를 못하는 현실이 안스럽습니다.

며칠후면 어버이날입니다. 우리 엄마는'불효자는 웁니다' 라는 노래만 나오면 우십니다. 노래에서 엄마에 관한 , 부모에 관한 노래만 나오면 우십니다. 외할매 생각이 나신답니다. 아마 어버이날도 지금 제가 이렇게 엄마 생각하며 가슴이 아픈것 처럼, 우리 엄마도외할매 생각을 하시지 않을까, 외할매 생각에 가슴이 아프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잠이 오지 않으니까 할매생각이 더 나는군요. 7일장이 설때면 어린 제 손을 잡고, 줄타기하는 서커스 구경을 보여주셨던분. 미숫가루에 그 시절 그 귀한 꿀을 한숟가락씩 타주시던 분, 저에게 추억이라는걸 심어주신분..보고싶기도 하고...그립습니다.

"할매, 잘있재? 보고싶대이. 할매도 우리 보고 싶재? 엄마도 보고싶재? 그래도 엄마 보고싶어도, 울 엄마 너무 빨리 볼려고 하면 안된대이."

오늘은 정말 그 옛날 어린시절도 다시 돌아가고 싶습니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엄마에게 어버이날 선물로 외할머니와 함께 했던 시간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오늘따라 두분이 유난히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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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청깨굴